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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너럴뉴스

장사시설의 본질

장사시설의 본질

 

요즈음 화장시설 뿐 아니라 봉안시설도 포화상태라 증설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수목장과 자연장시설도 이용객이 늘면서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힘들어 졌다.   

 

지구상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원칙은 '보존'이 아니라 '순환'이다. 욕심많은 인간들만이 '보존'하려 들고. 나머지 모든 생명체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순환'하고 있다.

 

장사시설의 본질은 '보존'이 아니라 '순환'이 되어야 한다.

이제껏 우리 장사시설의 본질은 '보존'이었다. '보존'을 법률로 강제했다. 법률에 따라 사설 봉안시설들은 영구안치를 내세우고 영업을 하고, 공설시설은 기간을 정해놓기는 했지만 연장이 가능하고 이후 처리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는 조치들을 내세웠다.

 

매장묘도 30년 1회 연장가능, 60년 후에는 개장해서 화장후 봉안이나 자연장 등을 하도록 법률에 적시해 놓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누가 그 많은 매장묘를 파내어 화장하고 봉안 할지, 또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보존을 강제하고 이후 대책은 실효성 없이 으름장이나 놓는 수준이다.

 

이 으름장 법률(장사등에관한법률, 형법 제159조)은 일본에서 왔다. 완전히 근본부터 다른 형태의 일본 법률을 우리가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치에도 맞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의 납골묘는 가족과 자신의 증명, 강제력있는 법률로 뒷받침

일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장(火葬)을 하고 납골묘에 그 유골재를 보존한다. 이는 16세기 중반부터 밀려오기 시작한 기독교에 대항하기위해 강압적으로 만들어낸 '불교사원을 통한 기독교 탄압 정책'의 산물이다. 

그 당시 모든 일본사람들은 자신이 특정 불교사찰에 소속되어 있음을 확인받아야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기독교인으로 분류되어 사형에 처해졌다. 살아남기위해 일본인들은 자신과 가족이 불교사찰 소속임을 증명해야 했고, 사찰은 그 증명의 방법과 댓가로 납골묘를 이용한 것이다. 

※일본의 단가제도 : 1634년 금교(禁敎)를 철저히 하기 위해 모든 개인이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것을 사원에서 증명을 받는「사찰소속신도증명(테라우케)」가 의무화되었다. 1661년~1672년에는 종지인별장작성(宗旨人別帳作成)이 제도화되어 사원은 지배자인 토쿠가와 막부(德川幕府)의 호적계를 담당하게 되었다. 

다시말해, 사찰이 운영하는 납골묘를 반드시 구입해야만 자신이 기독교 신자가 아님을 확인받을 수 있었고, 그래야 사형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있었다. 따라서 살아남은 모든 일본인들은 납골묘를 통해 소속된 사찰이 있는 불교신자가 될 수 밖에 없었고, 교리에 따라 모두가 화장을 해서 소속된 사찰 납골묘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일본이 세계 최고 화장률 99.94%의 국가가 된 원인이고, 모 시민단체가 부러워했던 도심지내 '산자와 사자가 공유하는 선진국형 납골묘'의 국가가 된 이유이다.

 

일본 도심의 납골묘


매장묘의 수를 줄여보기위해 선택한 우리의 火葬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고, 묘를 바라보는 관점도 확연히 다르다.

일본의 납골묘는 가족과 자신의 증명이라 사라지면 안되는 것이고, 강제력있는 법률로 그 지속성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던것이다. 일본의 사찰은 동사무소 역할을 했고 납골묘는 호적이자 주민등본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것이 도심 곳곳의 사찰 납골묘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결국 완전히 근본부터 다른 형태의 일본 법률을 우리가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치에도 맞지 않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 장사관련법률은 일본과 같이 화장 이후 남은 '재'를 '시신'과 같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 타고 한줌 재로 변했지만 이 또한 엄연한 '시신'과 같은것으로 보고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게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보관하는 봉안이나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자연장, 수목장이 '보존'을 위한 법적인 규제속에 있는 것이다.

화장후 남은 유골재는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호적등본의 역할도 하지 않는다.   

우리민족은 매우 합리적인 민족이다. 얼마전까지 화장하면 강이나 산, 바다 등 자연속에 뿌리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아니, 빠르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자유로움을 위해 화장을 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화장을 해도 자유롭지 못하게 변해 버리고 말았다. 묘지나 봉안뿐 아니라 그전에 없었던 자연장, 수목장에 대한 '보존' 법제화를 통해 새로운 님비현상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현대 장사시설의 본질은 '보존'이 아니라 '순환'이다. 매장은 빠르게 순환이 가능토록 '미생물과 균사체를 활용한 자연매장'으로, 화장 이후 남은 유골재는 '보존'이 아니라 '순환'을 원칙으로 법률이 아닌 보편적 룰과 공중도덕으로서, 강제 구속이 아닌 자유로움을 주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순환' 가능한 장사시설과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을 닮아가는 추모시설이 산자와 사자가 평화롭게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이다. 거듭 말하지만 장사시설의 본질은 '보존'이 아니라 '순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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