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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포럼

공동추모의 시대

스웨덴의 공동추모시설(민네스룬드)Via.Wiki

가족의 틀을 넘어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추모문화

현대사회는 자신의 사후를 가족에게 의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필연적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가족관계 자체가 위기에 처해있기도 하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사후문제는 결국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의 사회조직은 기본 단위가 가족이 아니라 개인이며, 생존해 나가는데 있어서 가족이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현대사회는 가족간의 유대를 절대시하거나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가족의 틀을 넘어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고 사후세계에서도 가족의 관계를 넘어선 공동성의 관계에 자신의 몸을 맡기려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기보다는 공개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보장받으려 하는 의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이는 국가와 지역사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사후를 책임지고, 사회는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가족의 틀을 넘어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추모문화, 공동추모는 연대와 협력·평등의 가치 철학과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일원론에 사상적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공동추모문화가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려면 일원론에 근거한 개인간의 강한 사회적 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공동추모시설 - 민네스룬드

스웨덴의 공동추모시설 민네스룬드는 '추억의 숲'이란 의미로, 1980년대부터 활발히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1955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고 1957년 법 개정으로 공동추모시설의 형태로 인정되었습니다. 

이후 1963년에는 허가받은 묘지와 추모시설 이외의 공공장소 등에도 화장유골재를 뿌리는 형태의 민네스룬드가 허용되었습니다. 

민네스룬드가 '숲'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형태는 기념비가 되는 예술작품, 조각상, 흐르는 물, 분수, 숲, 정원, 잔디, 돌무지 등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묘지 관련시설이라기 보다는 자유로운 추모공간으로 보는것이 더 합당합니다.

스웨덴에는 500개소 이상의 민네스룬드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체 화장인원의 50% 이상이 민네스룬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스웨덴의 화장률은 2011년 현재 78.62%) 

Via.심여수

표식이 없는 성역화된 공간

민네스룬드는 성역화된 공간으로, 유가족과 지인 등은 산회(산골)장소에 입회할 수 없으며, 어느장소에 산회하였는지 표시를 남길 수도 없습니다. 묘비 설치나 식수같은 행위는 금지하며, 유골함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추모객은 화환, 촛불 등의 추모도구를 지정된 위치에만 놓을 수 있으며, 관리인이 그에 대한 처리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골재는 묻거나 뿌리는 형태로 처리되며 관리대장에만 인적사항이 기재됩니다. 유가족에게는 처리하는 날짜와 장소를 알려주지 않고 몇 년 몇 월 몇 일에 실시했다는 기록카드만 전달될 뿐입니다.


본인의 선택 비율과 만족도가 높은 추모시설

지난 89~90년 스웨덴에서 실시된 이용자 의식조사에서 민네스룬드는 본인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나타났으며, '민네스룬드에 뿌려 달라'는 유언에 의해 선택되어진 경우가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네스룬드를 이용한 유가족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 앞으로 본인도 민네스룬드를 이용하겠다고 희망한 사람이 95%에 이를 정도입니다.

민네스룬드 Via.심여수

고인에 대한 표식 기능이 없음에도 선택되어지는 이유

남은자에게 묘는 고인과의 구체적인 접점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민네스룬드는 묘비처럼 고인과의 관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표식이 없습니다.  묘를 통해 고인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왜 익명의 추모시설 민네스룬드가 선택되어지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묘의 관리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과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연대와 협력 · 평등의 가치 철학'에 있습니다.

묘의 관리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

민네스룬드는 관리사무소가 관리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묘관련 시설과 봉안시설 등의 추모시설은 해당시설의 사용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관리의 책임이 부과됩니다.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경우, 관리사무소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 관리를 대행시켜야 합니다. 일정기간 관리비를 지불하지 않고 시설을 방치하고 있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사용권한이 소멸되어 철거되기도 합니다.

민네스룬드는 자신의 사후에 시설이 어떻게 되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독신이나 친척이 없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녀와 후손에게 관리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에서도 민네스룬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개인간의 강한 사회적 연대와 협력 · 평등의 가치 철학

관리의 용이성과 비용같은 이유 외에도 민네스룬드의 연대와 협력 · 평등의 가치 철학에 동조하여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용자의 15%가 가족관계를 넘어 '공동성의 세계' 에 사상적 가치를 두고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ia.심여수

Via.심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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